‘갱디’를 시작으로 ‘도시 3부작’ 시리즈 구상 중
  • ▲ 창작 뮤지컬 ‘갱디’를 선보인 곰스컴퍼니 박준우 대표.ⓒ곰스컴퍼니
    ▲ 창작 뮤지컬 ‘갱디’를 선보인 곰스컴퍼니 박준우 대표.ⓒ곰스컴퍼니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한 조용한 식당. 곰스컴퍼니 박준우 대표와의 인터뷰는 마치 한 편의 공연처럼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흐름으로 이어졌다. 

    노래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그의 청춘은, 어느새 소외된 이야기를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창작 뮤지컬 제작자의 삶으로 이어졌다.

    박 대표가 공연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한 작은 극단 기획팀을 통해서였다. 

    “처음엔 생계 수단이었어요. 그런데 커튼콜을 지켜보며 울컥했죠. 나도 무대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감정이 들었어요.” 

    이후 음향, 무대감독, 기획보조 등 다양한 현장을 거치며 공연을 업(業)으로 받아들였고, 2021년 직접 공연기획사 ‘곰스컴퍼니’를 창립했다.

    회사의 이름처럼 ‘느리지만 꾸준하게, 끝까지 가는’ 걸 목표로 하는 그는 설립 초기에는 주로 라이선스 작품을 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지금의 우리 이야기”를 담은 창작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고,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창작 뮤지컬 ‘갱디’ 다.

    ‘갱디’ 는 임진왜란 직후 피폐해진 조선을 배경으로 한다. 세상이 절망에 잠긴 그 시절, 단맛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소녀 ‘단이’는 우연히 만든 사탕 ‘갱디’를 통해 귀신과 대화하고, 무너진 공동체를 다시 이어간다.


  • ▲ ‘레인보우 프로젝트’ 공연을 마친 뒤 기념촬영에 나선 곰스컴퍼니 박준우(오른쪽 세 번째) 대표.ⓒ곰스컴퍼니
    ▲ ‘레인보우 프로젝트’ 공연을 마친 뒤 기념촬영에 나선 곰스컴퍼니 박준우(오른쪽 세 번째) 대표.ⓒ곰스컴퍼니
    단이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허물고, 사람과 귀신 사이에 따뜻한 연결을 만들어낸다. 단순한 판타지 코미디를 넘어, 사회적 낙인과 외면받는 이들을 보듬는 메시지가 담긴 이 작품은, 현대 사회의 청년 빈곤·비정규직·불안정한 삶을 은유적으로 풀어낸다.

    박 대표는 “처음엔 홍보도 없었고, 언론 보도도 없었어요. 그런데 관객이 관객을 데려오는 입소문이 시작되더라고요. ‘이건 제 이야기 같았어요’라는 말이 가장 고맙죠”라고 회상했다. 

    공연이 끝난 후 극장에 비치된 후기 노트에는 관객들의 손글씨 반응들이 남아, 작품이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공감의 공동체’임을 증명했다.

    곰스컴퍼니는 ‘갱디’를 시작으로 ‘도시 3부작’ 시리즈를 구상 중이다. 첫 작품이 청년과 빈곤을 다뤘다면, 다음은 ‘청년과 가족’, 이어 ‘청년과 지역’을 주제로 한 창작 뮤지컬을 준비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두 번째 작품의 리딩공연이 예정돼 있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에게 곰스컴퍼니가 어떤 기획사로 기억되길 바라냐는 질문에 “관객이 ‘이건 내 이야기야’라고 느끼는 공연을 만드는 회사. 그거면 충분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