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공무원 61% ‘반대’… “주거 불안·근무 여건 ‘악화’ 우려” 최경환 “백지수표 도박”·북부권 “도시 ‘공동화’”… 2월 임시회 ‘격랑’ 예고
  • ▲ 국민의힘 이인선 대구시당위원장(왼쪽)과 구자근 경북도당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국회 의안과에 ‘대구ㆍ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안’을 제출하고 있다.ⓒ경북도
    ▲ 국민의힘 이인선 대구시당위원장(왼쪽)과 구자근 경북도당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국회 의안과에 ‘대구ㆍ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안’을 제출하고 있다.ⓒ경북도
    대구·경북(TK) 행정통합이 내부 공무원의 동요와 외부 정치권의 쓴소리, 경북 북부권의 실력 행사가 맞물리며 심각한 반발에 휩싸였다.  

    지난 달 30일 대구경북통합특별법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터져 나온 이 같은 파열음은 공통적으로 ‘절차적 정당성 결여’를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시·도민을 배제한 일방적 속도전을 멈추고 주민투표를 통해 정당성을 확보하라며 거세게 맞서고 있다.

    ◇ 대구시 공무원 10명 중 6명 ‘반대’… “주거 불안·근무 여건 악화 우려”

    행정통합의 실무를 담당할 공무원 사회에서조차 반대 기류가 높았다. 대구공무원노동조합이 지난 29일 조합원 11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61.4%에 달하는 723명이 통합에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찬성 입장은 10.4%(123명)에 그쳤으며 유보는 28.2%(332명)였다.

    반대의 주된 이유로는 응답자의 73.3%가 ‘근무여건 불안’을 꼽았다. 특히 통합 이후 청사 재배치 등으로 인한 ‘거주지 불안정’을 우려한 인원이 946명에 달해, 공직 사회 내부의 동요가 심한 것으로 나타냈다. 절차적 정당성과 관련해서는 압도적인 수치인 93.5%(1041명)가 필수 절차로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했다. 

    노조 측은 “충분한 공론화 없이 속도와 경쟁 위주로 추진되는 현 상황에 대해 공무원들이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통합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날을 세웠다.
  • ▲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왼쪽)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달 20일 오후 경북도청에서 행정통합 추진에 합의하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대구시
    ▲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왼쪽)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달 20일 오후 경북도청에서 행정통합 추진에 합의하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대구시
    ◇ 최경환 “재원·자치권 확답 없는 ‘묻지마 통합’… 총선서 심판받을 것”

    경북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3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최 전 부총리는 현재 진행 중인 통합 논의를 두고 “대구시와 경북도가 중앙정부에 사실상 ‘백지수표’를 발행해 준 것과 다름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구체적인 재원 조달 계획이나 자치권 강화에 대한 확답 없이 불확실한 약속만 믿고 지역의 미래를 담보로 도박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단체장들이 시·도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권리 무력화이자 위험한 발상”이라며 “국회는 특별법 심의 전 중앙정부로부터 확정적인 내용을 받아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주민투표를 거치지 않는다면 입법권 남용으로 역사에 오점을 남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다가오는 총선에서 시·도민의 준엄한 심판이 있을 것임을 강조하며 국회의원들의 신중한 처신을 주문했다.
  • ▲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3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현재 진행 중인 통합 논의에 대해 “대구시와 경북도가 중앙정부에 사실상 ‘백지수표’를 발행해 준 것과 다름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최경환 전 부총리 페이스북 캡쳐
    ▲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3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현재 진행 중인 통합 논의에 대해 “대구시와 경북도가 중앙정부에 사실상 ‘백지수표’를 발행해 준 것과 다름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최경환 전 부총리 페이스북 캡쳐
    ◇ 안동·예천 등 북부권 의회 “도청 신도시 공동화 우려” 반대 결의 확산

    대구시 노조와 유력 정치인의 반대 성명에 이어, 통합 청사 위치와 관할 구역 문제로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는 경북 북부권 기초의회들의 저항도 거세지고 있다. 안동시의회와 예천군의회, 영양군의회 등은 행정통합이 추진될 경우 경북 도청 신도시의 성장 동력이 상실되고 북부권 소멸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잇따라 반대 결의안을 채택하거나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 의회는 “대구 중심의 흡수 통합은 결국 경북 북부권의 행정·경제적 고립을 초래할 뿐”이라며 “지역 주민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를 소수의 단체장이 밀실에서 결정하는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무원 노조의 반발과 정치권의 비판, 경북 북부지역 기초 의회 반발이 이어지면서 행정통합을 둘러싼 갈등은 2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