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 왕실 발원 갑인자본조선 초기 인쇄·제지 기술 집약된 희귀 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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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명대학교(총장 신일희) 동산도서관이 소장한 갑인자본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1책(권3)이 12월 24일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됐다(묘법연화경 본문).ⓒ계명대
계명대학교(총장 신일희) 동산도서관이 소장한 갑인자본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1책(권3)이 12월 24일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됐다. 조선 세종대 왕실 발원으로 간행된 희귀 불경으로, 인쇄·제지 기술사와 불교사 연구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묘법연화경’은 ‘법화경’으로도 알려진 경전으로, 천태종의 근본 경전이자 한국 불교에서 가장 널리 읽히고 간행된 불경이다. 조선시대에만 170종이 넘는 간행 판본이 전해질 만큼 유통 범위가 넓고 영향력이 컸다.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계명대 소장본은 1450년(세종 32) 2월, 세종이 당시 세자였던 문종의 질병 치유를 기원하며 간행을 명한 왕실 발원 불경이다. 조선의 대표적인 금속활자인 ‘갑인자(甲寅字)’와 일본산 닥나무로 만든 종이인 ‘왜저지(倭楮紙)’를 사용해 단 33부만 인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 초기 인쇄술과 제지 기술의 정수가 집약된 판본으로 평가된다.이 판본은 이후 전국 사찰에서 40여 차례 번각되며 조선시대 불경 간행 전통에 큰 영향을 끼친 갑인자 계열 불경의 최초 판본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당시 소량 인출된 탓에 현재 완질(전 7권)은 전하지 않는다. 제5권부터 제7권까지는 개인 소장으로 전해진다는 기록만 있을 뿐, 소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재 실물이 공개적으로 확인 가능한 갑인자본은 계명대본(권3)이 유일하다.문화재청은 계명대본 ‘묘법연화경’에 대해 ▲갑인자 계열 최초 판본이라는 역사성 ▲표지와 본문이 간행 당시 원형을 유지한 보존 상태 ▲세종대에 실험적으로 제작된 왜저지의 제작 기록과 실물이 일치하는 유일한 사례라는 점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했다. 또한 책 전반에 남아 있는 구결과 주석, 독서 흔적은 당시 불경 학습 방식과 독서 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불교사·인쇄사·제지사 연구에 있어 학술적 가치가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한편 계명대학교 동산도서관은 ‘용비어천가’ 초간본과 왕실 한글 편지 35편을 모은 ‘신한첩(곤)’ 등 23종 97책의 국가 지정 문화유산(보물)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 ‘묘법연화경’ 지정으로 보물은 총 24종 98책으로 늘었다.사립대학교 도서관 가운데 가장 많은 국가 지정 문화유산을 보유한 동산도서관은 1960년대부터 소외되던 고문헌을 체계적으로 수집·발굴해 온 국내 대표 고문헌 도서관으로 평가받고 있다.오동근 동산도서관 관장(문헌정보학과 교수)은 “이번 보물 지정은 동산도서관 소장 자료의 학술적·문화적 우수성을 다시 한번 인정받은 결과”라며 “지정된 보물은 동산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앞으로도 가치 있는 문화유산을 지속적으로 발굴·보존·연구하는 데 힘쓰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