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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간 계속된 4·12 재·보궐선거 대구·경북 지원유세에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기대 이상으로 지역민들의 따뜻한 반응을 이끌어냄에 따라, 이른바 "입다물고 괴롭게 산다"는 이 권역의 '숨은 지지표'가 얼마나 될지 관심이 쏠린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 후보는 2일 공식선거운동기간 개시 이후 첫 일요일이자 의성장날을 맞아, 이번 재보선에서 유일하게 국회의원 선거가 열리는 경북 의성을 방문해 상주·군위·의성·청송 재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같은 당 김진욱 후보를 지원했다.
삼성전자 의성프라자 앞에서 열린 바른정당 총력유세에는 기대 이상으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장날을 맞아 곡물전 앞에서는 자유한국당 유세, 의성농협 맞은편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유세, 구 전매청(KT&G) 앞에서는 무소속 후보의 유세가 열렸는데, 바른정당 총력유세가 모여든 인파의 면에서 가장 많았다는 관측이다.
청중들의 호응도 좋았다. 유세가 벌어지던 왕복 2차로 도로를 지나가던 자동차 중에서는 유세차량 앞에서 속도를 줄이고 차창을 열어 손을 흔드는 지역민들도 수시로 보였다.
주호영 대표권한대행이 연설하던 도중 지나가던 차량이 속도를 줄이고 보조석 뒷자리의 어린아이가 창문을 내리고 손을 흔들자, 주호영 대표대행은 밝게 웃어 화답하며 "뻥빵 한 번 해주이소" 했는데, 실제로 운전자가 경적을 울려 호응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유세가 끝난 뒤 의성전통시장을 돌 때에도, 지역민들이 먼저 유승민 후보에게 다가가며 악수를 청하거나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유승민 후보가 유권자 한 명 한 명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해 진행 속도가 너무 더뎌지자, 보다 못한 김무성 고문이 이를 제지해야 할 정도였다.
유승민 후보의 이날 의성 지원유세의 여파는 상당히 오래 지속됐다. 이날 오후까지 읍내 의성한우프라자 등에서는 군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다들 왔는데 대단하더라"며 유승민 후보 지원유세를 화두로 대화를 나눴다. 봉양면 등 읍내에서 다소 떨어진 지역도 장날이라 금방 화제가 전파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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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구·경북 권역에서 이른바 '진박'들이 만들어낸 '배신자 프레임' 때문에 유승민 후보가 지원유세를 오면 분위기가 과연 괜찮을지, 심지어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인지 일부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전날 대구를 찾아 기초의원·광역의원 재보선 지원 유세를 한 유승민 후보에게 취재진으로부터 "대구에 내려오면 돌팔매질이나 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는 질문이 나왔을 정도다.
유승민 후보 스스로도 "이번 선거를 통해 그동안 여론조사로 알 수 없던 바른정당에 대한 (대구)시민들의 민심을 투표율과 득표율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상주·의성·군위·청송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데 경북의 바른정당에 대한 민심을 실제 겪어보는 중요한 선거"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우려에 비하면 지역민의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솔직히 기대 이상의 반응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유승민 후보가 지난달 28일 후보 선출 직후 취재진과 문답에서 "대구는 괴롭게 입다물고 사는 분들이 많다"며 "여론조사는 신빙성 있게 보지 않는다"고 했던대로 '괴롭게 입다물고 살던 숨은 표'가 있는지가 관건이다.
4·12 재선거 투표일까지는 불과 열흘이 남았는데, 개표 결과 당선이 되거나 유의미한 득표율이 나오면, 오랫동안 그를 속박했던 '배신자 프레임'에서 벗어나 추동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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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후보도 우호적인 반응에 자신감을 얻은 듯, 연설 내내 한 단락이 끝날 때마다 이어지던 "유승민" 연호가 특정 단락에서 조금 잦아들자 "할라카믄 좀 쎄게 하이소"라며 "다시 갑시다"라고 스스로 연호를 이끌기도 했다.
지원유세에 나선 바른정당 지도부는 유승민 후보가 "소위 진박들이 나에게 씌워놓은 질긴 올가미"라고 표현했던 '배신자 올가미'를 벗겨내기에 총력을 다했다.
바른정당 김무성 고문은 이날 지원유세에서 "우리나라 정치인 중에 박근혜 대통령이 올바른 길을 가도록 제일 바른 소리를 많이 한 사람이 유승민 후보"라며 "국가적으로 우리 국민에게 제1의 충신은 유승민"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대구·경북을 정치적 근거지로 하고 있는 주호영 대표대행은 각 정당의 대선 후보 중 유일한 TK 출신인 유승민 후보를 고향에서 살려쓸 것을 호소했다.
주호영 대표대행은 "우리 유승민 대선 후보는 아버지 고향이 영주고, 외가는 안동"이라며 "친가·외가가 다 이 동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난, 가난 캐도 제일 서러운 가난이 사람 없는 가난인데, 우리 대구·경북이 사람을 키우고 맹그러야 안 되겠나"라며 "동네 장날마다 단디단디 이야기해가, 우리 유승민을 키워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