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돌봄·공동체 키워드로 팬데믹 이후 새로운 삶의 조건 제시
  • ▲ 전환의 시대와 대안적 삶 지역, 돌봄 그리고 공동체(책표지)ⓒ계명대
    ▲ 전환의 시대와 대안적 삶 지역, 돌봄 그리고 공동체(책표지)ⓒ계명대
    코로나19 팬데믹이 드러낸 사회의 취약성과 삶을 유지하는 조건을 성찰하는 연구서가 발간됐다. 계명대학교(총장 신일희) 여성학연구소는 전환의 시대와 젠더 연구총서 2권인 ‘전환의 시대와 대안적 삶: 지역, 돌봄 그리고 공동체’를 펴내며, 코로나 이후 사회가 무엇을 돌아보고 어떻게 전환해야 하는지를 질문했다.

    이번 연구총서는 지난해 5월 발간된 1권 ‘전환의 시대, 지역과 여성에서 길을 찾다’에 이은 후속 저작으로, 계명대 여성학연구소가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전환의 시대’ 연구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활동 중인 연구자와 현장 실천가 등 11명이 참여해 이론과 실천을 연결하는 논의를 담았으며, 분야 간 네트워킹을 통해 축적된 연구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책은 코로나19를 단순한 보건 위기가 아닌 자본주의 체제가 초래한 다중적이고 복합적인 시스템 위기로 진단한다. 인간과 자연을 끊임없이 착취하며 이윤을 추구해 온 생산주의적·채굴주의적 경제 구조를 팬데믹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하고, 기존 구조를 유지한 채 위기를 관리하려는 방식의 한계를 짚는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와 봉쇄 시기에도 일상을 지탱했던 필수노동자와 돌봄 제공자의 역할에 주목하며, 삶은 개인의 성취가 아니라 관계의 네트워크 속에서 유지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연구총서 2권은 ‘지역’, ‘돌봄’, ‘공동체’를 핵심 키워드로 삼아 성장 중심 사회에서 벗어나 ‘좋은 삶’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탐색한다. 돌봄을 부차적 영역이나 여성의 역할로 축소해 온 기존 사회 구조를 비판하고, 돌봄을 삶의 전 영역에서 중심 가치로 재배치해야 한다는 사회적 비전을 제시한다. 지역 역시 단순한 행정 단위나 경제 공간을 넘어, 돌봄이 조직되고 실천되는 생활의 공간으로 재구성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특히 이 책은 ‘행복의 경제학’을 주장하며 로컬 경제 운동을 이끌어 온 노르웨이 환경운동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큰 그림 행동주의(Big Picture Activism)’ 개념을 주요 이론적 자원으로 활용했다. 글로벌 차원의 문제를 지역화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도시와 농촌, 북반구와 남반구를 가로지르는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실천 전략을 제시한다.

    계명대 여성학연구소는 이번 연구총서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다시 성장과 효율의 논리에 매몰되는 사회 현실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돌보는 인간(Homo Curans)’이라는 새로운 인간형을 제안한다.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사회가 상호의존하는 세계에서 돌봄을 중심에 둔 공동체로 나아가는 것이 전환의 시대를 살아가는 핵심 과제라는 메시지다.

    안숙영 계명대 여성학연구소장은 “이 책이 팬데믹이 남긴 질문을 다시 환기하고, 성장 중독에 빠진 사회가 돌보는 공동체로 전환해 나가는 데 하나의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