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근대 농교육 출발점 ‘계아초계’, 한·중 특수교육 연구 핵심 사료로 주목
  • ▲ 중국 최초의 근대식 청각장애 교육 교재 ‘계아초계’ .ⓒ대구대
    ▲ 중국 최초의 근대식 청각장애 교육 교재 ‘계아초계’ .ⓒ대구대
    대구대학교(총장 박순진)에서 중국 근대 농교육의 출발점을 보여주는 중국 최초의 구화교육 교재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돼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해당 교재는 한국 농교육의 태동과도 연결되는 자료로, 한국 특수교육 연구에서도 중요한 사료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에 확인된 문헌은 1908년 중국에서 간행된 ‘계아초계(啓瘂初階)’로, 중국 최초의 근대식 농학교인 ‘계음학관(啓瘖學館)’ 설립자 아네타 톰슨 밀스(Annetta Thompson Mills) 여사가 발간한 중국 최초의 근대식 청각장애 교육 교재다. 이 교재는 입 모양을 관찰하고 발성 기관을 훈련해 발음을 익히도록 하는 구화법 교육 내용을 담고 있다.

    대구대학교는 지난 1월 16일 사범대학에서 열린 한국특수교육문제연구소 동계학술대회를 통해 ‘계아초계’ 원본을 처음 공개했다. 학술대회에서는 해당 문헌의 발굴 경위와 역사적 가치, 특수교육사적 의미를 중심으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이번 발견이 주목받는 이유는 ‘계아초계’가 대구대학교에 전해진 과정 자체가 한국 특수교육의 역사와 깊이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 문헌은 대구대 설립자인 이영식 목사의 차남인 고(故) 이기수 선생이 1966년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대구대 도서관에 기증한 특수교육 전문 도서 약 1,200권 가운데 한 권이다.

    이기수 선생은 1953년 특수교육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최초의 한국인으로, 헬렌 켈러가 후원한 장학재단의 장학생이었다. 그는 보스턴대학교, 갈로뎃대학교, 웨인주립대학교, 시라큐스대학교, 피츠버그대학교 등에서 특수교육 석사와 박사 과정을 수학하며 특수교육 연구자로 활동했다.

    또 다른 주목할 점은 ‘계아초계’의 존재를 처음 확인한 인물이 대구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이라는 사실이다. 중국 산둥성 더저우시 특수교육학교에서 미술강사로 근무했던 왕샤오루이(王曉蕊·27) 씨는 지난해 대구대 대학원 교육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왕샤오루이 씨는 평소 입체 도서와 입체사진에 관심이 많아 중국에서 관련 자료를 수집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밀스 여사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장면이 담긴 옛 사진을 접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밀스 여사와 ‘계아초계’의 존재를 알게 된 그는 대구대 유학 후 대학 도서관에서 특수교육 자료를 찾던 중 우연히 ‘계아초계’를 발견해 해당 문헌이 한국에 보존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대구대에 소장된 ‘계아초계’는 총 6권으로 구성된 초판본이 완전한 형태로 보존돼 있다. 현재 중국 현지에서도 완전한 초판본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 책에는 공식 판권 문건을 증명하는 판권지와 관부 고시까지 함께 수록돼 있어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중국에서는 ‘계아초계’의 발간 시기를 1907년으로 알려왔으나, 이번 발견을 통해 실제 발간 연도가 1908년임이 확인됐다.

    이 문헌은 중국 최초의 농학교 설립자인 밀스 여사와 한국에 특수교육을 전파한 미국 선교사 로제타 셔우드 홀(Rosetta Sherwood Hall) 여사의 역사적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도 평가된다. 이를 통해 한·중 특수교육의 형성과 발전 과정에서 나타난 국제적 교류 흐름을 살필 수 있는 연구 자료로서의 의미도 크다.

    ‘계아초계’를 발견한 왕샤오루이 씨는 향후 대구대 대학원 특수교육학과 박사과정에 진학해 해당 문헌을 주제로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최근 한·중 교류가 다시 활발해지는 분위기 속에서 ‘계아초계’가 학술과 민간 교류를 잇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순우 대구대 한국특수교육문제연구소장(특수교육과 교수)은 “미국 선교사에 의해 발간된 ‘계아초계’는 중국 근대 농교육의 출발을 보여주는 국가적 사료이며, 한국 농교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며 “국경을 넘어 동아시아 특수교육의 전파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인 만큼 향후 심층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