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서 전달·기탁식 동시 개최조선시대 영천 사림과 향촌 지배구조 보여주는 귀중한 기록
  • ▲ 영천시는 28일 영천향교 소장 고문서의 경상북도 유형문화유산 지정을 기념해 지정서 전달식과 함께 해당 유물을 시에 맡기는 기탁식을 영천향교에서 개최했다.ⓒ영천시
    ▲ 영천시는 28일 영천향교 소장 고문서의 경상북도 유형문화유산 지정을 기념해 지정서 전달식과 함께 해당 유물을 시에 맡기는 기탁식을 영천향교에서 개최했다.ⓒ영천시
    영천시는 28일 영천향교 소장 고문서의 경상북도 유형문화유산 지정을 기념해 지정서 전달식과 함께 해당 유물을 시에 맡기는 기탁식을 영천향교에서 개최했다.

    이번에 경상북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유물은 영천향교가 소장한 고문서 49점으로, 향교 관련 자료 28점과 향청 자료 21점으로 구성돼 있다. 

    해당 고문서들은 지난 5일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영천향교는 이번 지정 유물을 포함해 향교 및 향청 관련 고문서 총 80점을 영천시에 기탁하기로 결정하며 지역 문화유산 보존에 뜻을 모았다.

    이들 고문서는 조선시대 영천 지역 사림의 형성과 향촌 지배 구조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된다.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등 잦은 전란 속에서도 영천향교 유림들이 대를 이어 지켜온 기록으로,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희귀본이 다수 포함돼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주요 유물로는 1618년(광해 10)에 작성돼 동·서재 구분 이전 교생 명단을 확인할 수 있는 ‘향교 유안(儒案)’과, 1751년(영조 27) 향교 동재에 머물던 정식 유생들의 명단을 담은 ‘청금안(靑衿案)’이 있다. 청금은 푸른 깃을 뜻하며, 당시 유생들이 입던 도포의 깃에서 유래한 말로 조선시대 사림의 인적 구성을 보여주는 핵심 사료로 평가된다.

    또 조선 후기 향교 교육의 쇠퇴를 반박할 수 있는 자료로 꼽히는 ‘접소관절목(接所官節目)’과, 정조 승하 당시 망곡례에 참여한 인사 명부인 ‘국휼시망곡록(國恤時望哭錄)’은 영천향교만의 차별화된 기록유산으로 가치가 높다.

    이 밖에도 15세 이하 학동 명부인 ‘동몽안(童蒙案)’, 평민층 교생 명부인 ‘서재안(西齋案)’ 등이 포함돼 조선시대 교육 체계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강릉에서 활동한 의병장 민용호(閔龍鎬)가 1896년(고종 33) 경상도 각 향교에 보낸 ‘창의격문’은 구한말 항일 운동의 확산 과정을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향청 자료로는 1611년(광해 3)에 작성된 영천 지역 최고(最古)의 ‘향안(鄕案)’부터 1673년(현종 14)까지의 향안이 포함돼 있다. 필사본임에도 불구하고 17세기 영천 지역 사족을 총망라한 엘리트 명부로, 당시 지역 지배 질서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핵심 자료다.

    이덕기 영천향교 전교는 “향교의 보물이자 영천 사림의 자긍심인 고문서들이 경상북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인정받고, 시의 전문적인 관리를 받게 돼 매우 뜻깊다”고 말했다.

    시는 기탁받은 고문서 80점을 현재 항온·항습 설비를 갖춘 임고서원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으며, 향후 영천시립박물관이 개관하면 이전해 전시와 지역사 연구, 교육 자료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영천향교 고문서는 대대로 전해져야 할 지역의 소중한 유산”이라며 “이번 기탁은 영천시립박물관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인 만큼, 보존과 활용에 최선을 다해 역사문화도시 영천의 가치를 더욱 높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영천시는 상시 유물 기증·기탁 운동을 추진하고 있으며, 관련 문의는 문화예술과 시립박물관팀으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