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획량 93% 급감 사투 벌이는 어민들... 현장 외면한 자극적 보도에 '이중고'단순 가격 비교는 무의미, 중량·선도·공정 망라한 '울릉 명품' 가치 제대로 알아야
  • ▲ 사라진 오징어, 멈춰선 채낚기 어선들ⓒ울릉도 저동항
    ▲ 사라진 오징어, 멈춰선 채낚기 어선들ⓒ울릉도 저동항
    최근 한 유튜버의 영상에서 촉발된 울릉도 오징어 가격 논란이 지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영상 속 자극적인 반응을 필두로 현장 취재 한 번 없이 '바가지 요금'이라 낙인찍는 일부 언론의 행태에 평생 바다를 일궈온 울릉 어민들의 자존심은 처참히 무너져 내리고 있다.

    ◇ "기름값도 안 나와"... 어획량 93% 급감에 채낚기 어선들 '고사 위기'

    "배를 띄우는 게 손해입니다. 며칠 밤을 꼬박 새워도 집어등 아래는 고요한데, 돌아오는 건 '바가지'라는 비난뿐이니 가슴이 미어집니다"

    울릉도 저동항에서 만난 한 어민의 탄식은 절규에 가까웠다. 실제 통계는 잔인할 정도다. 최근 몇 년 사이 울릉도 오징어 어획량은 과거 대비 무려 93%가량 급감했다. 동해안 수온 변화와 북한 수역에서의 중국 어선 싹쓸이 조업으로 인해 '오징어 섬'의 명칭이 무색해진 실정이다.

    이제 어민들은 오징어를 잡는 게 아니라 '찾으러' 다닌다. 한 마리씩 정성껏 낚아 올리는 '채낚기 조업' 특성상 어군이 형성되지 않으면 빈 배로 돌아오기 일쑤다. 폭등한 면세유 부담을 안고 사투를 벌이는 어민들에게 '바가지'라는 표현은 생존을 건 사투를 모독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 '한 축'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다... 중량 단위 엄격한 '급'의 차이

    현장에서 만난 수산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이 가장 오해하는 지점이 바로 '중량(g)'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규격과 선도에 따라 가치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현재 울릉도 오징어는 한 축(20미) 기준 0.6kg부터 2.0kg까지 무게 단위로 엄격히 구분되어 유통된다. 무게가 무거울수록 육질이 두꺼워지고 풍미가 깊어지는 만큼 경매가와 판매가의 차이는 당연한 결과다. 단순히 "오징어 한 봉지에 얼마"라는 식의 접근은 1000cc 경차와 3000cc 대형차를 '자동차 한 대'라는 잣대로 단순 비교하는 오류와 같다.

    ◇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울릉 손맛'... 여러단계 공정 거친 '정성의 결정체'

    울릉도 오징어가 명품으로 불리는 이유는 또 있다. 당일 잡힌 '당일바리' 오징어를 즉시 활복해 울릉도의 청정 해풍으로 말리는 전통 방식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위판부터 활복, 세척, 탱기 끼우기, 몸통 뒤집기, 다리 떼기, 몸통 늘리기, 포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은 숙련된 인력의 손길을 거친다. 기계에 넣고 대량으로 돌리는 수입산 냉동 오징어와는 태생부터가 다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리당 인건비와 부대비용, 그리고 급감한 어획량으로 인한 희소성이 반영된 것이 현재의 가격이다. 즉, 우리가 마주한 가격표는 바가지가 아니라 폭등한 조업 비용과 어민들의 고귀한 노동이 응축된 '정당한 대가'인 셈이다.

    ◇ 울릉도의 자존심, '명품'에 걸맞은 정확한 정보 전달이 먼저

    취재 현장에서 본 울릉도 오징어는 식재료 그 이상의 의미였다. 거친 파도를 헤치고 나간 어부의 땀방울이자, 밤새 잠을 잊고 오징어를 손질한 어머니들의 거친 손마디가 담긴 '울릉도의 자존심' 그 자체였다.

    정확한 등급과 기준을 외면한 채 가격만 부각하는 자극적인 보도는 지역 특산물을 넘어 울릉도의 상징을 폄하하는 일이다. 울릉도 오징어가 소비자들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치열한 공정을 이해한다면, 그 속에 담긴 생산자의 진심을 비로소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