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20주기 기일에 입원한 엄마의 애끓는 모정
  • 박남희 의원은 입원으로 대구지하철참사 추모식에 참석하지 못하자 수첩에 “미영아! 천국에선 사고 없이 잘 지내겠지 그곳에서는 잘 지내고 있기를 바란다. 보고 싶구나”라는 메모를 남기며 딸의 넋을 기렸다.ⓒ칠곡군
    ▲ 박남희 의원은 입원으로 대구지하철참사 추모식에 참석하지 못하자 수첩에 “미영아! 천국에선 사고 없이 잘 지내겠지 그곳에서는 잘 지내고 있기를 바란다. 보고 싶구나”라는 메모를 남기며 딸의 넋을 기렸다.ⓒ칠곡군
    대구지하철참사로 딸을 잃은 한 어머니가 사고 20주기를 맞은 18일 새벽 극심한 스트레스와 오한을 호소하다 병원 신세를 지게 돼 안타까움을 전해주고 있다.

    가슴 아픈 사연의 주인공은 박남희 칠곡군의원으로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참사로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장래가 촉망받던 장녀 이미영 양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

    박 의원은 미영이가 세상을 떠난 후 20년 동안 매년 2월이면 건강이 나빠지거나 짜증과 화를 내며 표정이 일그러지는 등 힘들게 하루하루를 지내왔다.

    올해도 일주일 전부터 컨디션이 떨어지기 시작해 공교롭게도 미영이 기일에 스트레스로 인한 간 기능 저하로 3주간 입원 치료를 받게 됐다.

    박 의원은 입원으로 대구지하철참사 추모식에 참석하지 못하자 수첩에 “미영아! 천국에선 사고 없이 잘 지내겠지? 그곳에서는 잘 지내고 있기를 바란다. 보고 싶구나”라는 메모를 남기며 딸의 넋을 기렸다.

    사고 당시 경북예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미영이는 여고생임에도 이례적으로 협연 제안을 받고 공연 준비로 지하철을 탔다가 변을 당했다.

    미영이는 사고 당시 휴대전화로 “지하철에서 불이 났어요. 문이 열리지 않아요. 구해주세요”라고 하자 박 의원은“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행동해라”며 딸을 진정시켰지만, 지하철을 뒤덮은 화마를 피할 수 없었다.
  • 박남희 칠곡군의원.ⓒ칠곡군
    ▲ 박남희 칠곡군의원.ⓒ칠곡군
    박 의원이 군의원이 된 것은 미영이 죽음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미영이처럼 인재로 자녀를 가슴에 묻는 부모가 없는 세상을 위한 밀알이 되고자 군의원의 길을 택했고, 딸을 잃은 아픔을 봉사로 달래고자 적십자 등의 각종 단체에서 활동을 이어오다 지난해 7월부터 비례대표로 의정활동을 펼쳐 오고 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미영이는 하늘나라에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노력하는 엄마를 응원할 것”이라며 “또 다른 미영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해 달라”고 박 의원에게 따뜻한 위로의 손길을 내밀었다.

    박 의원은 “대구지하철참사가 발생한 지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하는 긴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같은 아픔이 반복되고 있다. 딸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일상에서의 안전 의식 개선을 위해 작은 힘을 보탤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대구 지하철 참사는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53분 대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서 50대 남성의 방화로 발생해 승객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