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없는 헌팅턴병… 뇌 속 독성 단백질 덩어리 직접 풀어 신경세포 기능 회복 확인‘뇌 속 청소 단백질’ ClpB, 헌팅턴병 비롯한 퇴행성 뇌질환 새 타깃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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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GIST(총장 이건우)는 뇌과학과 엄지원·고재원 교수 연구팀이 헌팅턴 병 발병의 핵심 원인인 독성 단백질 응집체를 직접 풀어 없애는 미토콘드리아 단백질 ‘ClpB’의 기능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왼쪽부터) DGIST 고재원·엄지원 교수, 김현호 박사후연수연구원).ⓒDGIST
DGIST(총장 이건우)는 뇌과학과 엄지원·고재원 교수 연구팀이 헌팅턴 병 발병의 핵심 원인인 독성 단백질 응집체를 직접 풀어 없애는 미토콘드리아 단백질 ‘ClpB’의 기능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이번 발견은 뇌 속에서 이미 쌓여버린 단백질 덩어리를 제거하고, 손상된 신경세포 기능까지 회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어 퇴행성 뇌질환 치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헌팅턴병은 부모로부터 50% 확률로 유전되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으로, 기억력 저하나 운동 장애가 서서히 나타나 일상생활을 크게 무너뜨린다. 많은 환자와 가족들은 “내 아이도 이 병을 겪게 될까”라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지만, 현재까지는 병의 진행을 막거나 이미 생긴 문제를 되돌리는 치료법이 없는 상황이다.이 때문에 지금까지의 연구는 대부분 단백질이 뭉치지 않도록 ‘예방’하는 역할에 집중해 왔다. 즉 단백질 응집을 늦추거나 막는 것에는 일부 효과가 있었지만, 한번 만들어진 거대한 응집체를 ‘직접 풀어내는’ 방법은 밝혀지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었다.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세포 속 ‘에너지 발전소’역할을 하는 구조인 미토콘드리아 내부에서 작동하는 ‘ClpB’ 단백질에 주목했다. ClpB는 열 스트레스 등 위험 상황에서 단백질이 엉키는 것을 풀어내는 기능이 보고된 바 있었지만, 뇌질환의 병적 환경에서 실제로 독성 단백질을 해체하고 신경 기능을 회복시키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연구팀은 헌팅턴병 세포모델과 생쥐모델을 이용해 ClpB의 발현을 세밀하게 조절하며 그 기능을 분석했다. 그 결과, ClpB가 부족한 경우 정상 헌팅틴 단백질조차 쉽게 뭉치며 세포 손상이 증가했으나, ClpB를 늘린 경우 돌연변이 헌팅틴 단백질의 독성 응집체가 직접 풀어져 감소하는 사실을 확인했다.이번 성과는 헌팅턴병뿐 아니라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루게릭병(ALS) 등 단백질 응집이 핵심 원인인 다양한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이미 생긴 단백질 응집체를 직접 해체한다’는 점은 기존의 예방 중심 전략을 넘어, 손상된 신경세포 기능을 실제로 회복시키는 새로운 치료 방향을 여는 핵심 발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엄지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뇌 안에 이미 쌓여버린 독성 단백질 덩어리를 직접 풀어낼 수 있는 기전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한 매우 의미 있는 결과”라며, “단백질이 뭉치는 것을 막는 데서 더 나아가 이미 손상된 신경 기능을 회복시키는 새로운 치료 방향을 제시한 연구”라고 밝혔다. -
- ▲ 헌팅턴병 모델 마우스에서 ClpB의 분자적 역할 모식도.ⓒDGIST
한편 이번 연구는 DGIST 뇌과학과 시냅스 다양성 및 특이성 조절 연구센터 소속 김현호 박사후연수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융합의학 분야의 저명 국제학술지 ‘Theranostics’에 게재됐다.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글로벌리더연구사업, 기초연구실지원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및 세종과학펠로우십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