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래 노경협의회 의장 “진한 동료애로 산재 파고 넘었다”‘대한산업안전협회’ 통합진단 통해 현장중심 안전관리쳬계 갖춰무재해사업장 위해 회사와 근로자 노력 절실
  • ▲ 한광래 노경협의회 의장.ⓒ뉴데일리
    ▲ 한광래 노경협의회 의장.ⓒ뉴데일리
    지난 6월 5일 오후 2시. 포항철강공단 폐기물처리업체인 ㈜네이처이앤티 1소각로에서 재처리 슈트 막힘을 해소하던 중 고온의 수증기 등이 외부로 분출되면서 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날은 휴일이라 현장 직원들만 근무 중이었고 몇 안 되는 직원들이 사고현장으로 달려왔지만 사고를 어떻게 수습해야 될지 몰라 우왕좌왕 할 수밖에 없었다. 

    이 회사가 설립되고 말로만 듣던 첫 중대재해를 경험한 이 회사 임직원들은 충격과 혼란 그 자체였다. 

    사고발생 5개월이 흐른 5일 네이처이앤티를 찾아 이 회사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근로자 대표위원인 한광래 노경협의회 의장을 만나 중대재해사고 전과 후 달라진 안전시스템에 대해 들어봤다. 

    한광래 의장은 “사고 소식을 듣고 우리 회사에서 발생한 사고가 맞는지 의심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대구 화상전문병원으로 이송되면서 사고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소각시설 조업이 약 한달간 전면 중단되고 노동부와 경찰 조사가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졌다”며 “특히 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을 받았고, 이에 따른 안전 시정조치를 모두 보완한 뒤 재가동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 의장은 사고 직후 제대로 취재하지 않고 사실과 다르게 보도한 일부 언론에 대해서도 불만을 털어놨다. 

    한 의장은 “사고현장을 은폐했다. 늑장 신고했다. 사고 당사자 및 가족들에게 사고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등의 온갖 추측성 언론보도가 있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당시 일방적인 보도에 대해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한 의장은 “당시 사고 직후 119로 신고하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과 다친 직원들을 병원으로 후송하는데 전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말에 비상출근한 직원들이 각 병원으로 달려가서 포항에서 대구 화상전문병원으로 후송시키는 등 정신이 없었다. 다급한 상황에서도 회사 안전담당자가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관계자에게 사고 및 조치사항을 유선으로 전달한 것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당시 중환자였던 직원은 어떻게 됐는지도 궁금했다.

    한 의장은 “전신 3도 85%부위 화상을 입어 치료 초기 위험한 고비를 여러 차례 넘겼다”며 “지금은 일반 병실로 옮겨 재활 및 피부 재생 치료를 중점적으로 받으며 회복 중에 있다”고 전했다.

    당시 네이처이앤티 임직원 및 가족은 물론 계열사 임직원들도 다친 동료들을 살리기 위해 헌혈에 동참하며 진한 동료애를 보여줬다. 

    그는 “긴급히 O형 혈소판이 필요하다는 병원의 연락을 받고 임직원 및 가족, 계열사 임직원 등 50여명이 자발적으로 헌혈에 동참했다. 포항에는 혈소판 채혈시스템이 없어 대구까지 가서 헌혈한 덕분에 위급한 상황을 잘 넘겼고 어려움 속에서도 전 임직원이 하나가 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중대재해 사고 이후 회사의 가장 큰 변화에 대해서는 “산재 발생이후 회사 전체의 안전 시스템을 재점검 하기위해 전문기관인 ‘대한산업안전협회’의 통합진단을 받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안전조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업활동 전반의 작업표준을 재정비했고 모든 작업의 시작과 끝은 안전점검 및 확인으로 마무리하는 조업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처이앤티는 사고 이후 안전팀의 업무시스템을 완전히 개선해 현장중심의 안전관리가 정착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면서 사고 당시 경상을 입었던 직원을 안전팀에 배속시킨 점도 눈길을 끈다. 

    한 의장은 “사고로 경상을 입은 직원이 복귀하자마자 현장 일선의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관리자로 변신했다”며 “안전사고를 직접 겪은 당사자로 누구보다 안전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효과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한 의장은 근로자 대표로써 회사에 대한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이번 사고를 겪는 과정에서 근로자가 참여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활동이 가장 의미 있었다”며 “무재해 사업장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회사와 근로자의 노력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번 사고를 계기로 모든 작업에 안전을 우선하는 작업 표준이 만들어 졌지만 실천을 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며 “뼈아픈 희생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안전중심의 작업표준을 반드시 실천하는 조업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