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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막바지로 치닫는 지난 29일 오전, 대구 동구 도학동 팔공산 둘레길 1구간에는 울긋불긋 단풍만큼이나 곱게 차려입은 선남선녀들의 웃음꽃이 활짝 폈다.
30~40대 중년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어울린 일행은 다름 아닌 영진전문대학교 사회복지과 성인학습자반에 재학 중인 1학년생들.
늦깎이 만학도로 구성된 성인학습자반은 이날, 대학 캠퍼스 수업 대신 만산홍엽으로 물던 팔공산으로 가을소풍(걷기대회)에 나온 것.
북지장사를 향해 길을 잡은 130여 명 중 일부는 둘레길 입구 ‘시인의 길’에 놓인 ‘바다에 누워(박해수)’, ‘귀천(천상병)’ 등 시석(詩石)에 눈길을 돌려 시상(詩想)에 젖는다.
방짜유기박물관을 거쳐 북지장사를 돌아오는 왕복 5km 코스, 약 2시간을 걸으며 이들은 공부 얘기며 생업 얘기를 나누다가 배낭에 싸 온 간식도 나눠 먹으며 마치 초등학교 시절 소풍을 즐기는 풍경이 연출했다.
물론 지도교수와도 강의실에서 미처 나눌 수 없었던 학업의 궁금증을 풀어내기도 했다.
이 대학교 사회복지과는 만학도를 위한 성인학습자반을 올해 처음 개설해 주중 온라인 수업, 주말 캠퍼스 강의실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그런 만큼 학생들 간, 사제 간 소통과 교류 기회가 부족하지 않도록 지난봄에 한마음 체육대회, 이번 가을에 걷기대회를 마련했다.
최고령 만학도인 박헌인(78)씨는 “하늘도 푸르고, 공기도 맑은 가을날에 학우들과 소풍 가듯 팔공산 단풍길을 걷는 기분이 참으로 상쾌했다. 늦은 나이지만 사회복지사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배움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학우들과 행사를 준비하면서 초등학교 소풍 가는 것처럼 설렜다”는 최정자(53, 불로봉무행정주민센터 근무) 씨는 “오늘 힐링을 통해 남은 학기 더 열심히 학교생활을 해 인생 이모작은 사회에 봉사하는 사회복지사의 길을 걷고 싶다”고 말했다.
장용주 사회복지과 학과장은 “성인학습자반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신명 나고 즐겁게 대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사회복지과는 오는 11월 7일부터 시작되는 수시 2차 모집기간에 2023학년도 성인학습자반 신입생을 모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