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수소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 찾아
  • ▲ 연구 관련 그림.ⓒ포스텍
    ▲ 연구 관련 그림.ⓒ포스텍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 진현규 교수, 이동규 박사 연구팀과 서울대 재료공학부 정인호 교수, 남준현 박사 연구팀이 지구상에 풍부한 열에너지만으로 깨끗한 수소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을 찾아냈다. 

    기존보다 훨씬 빠른 컴퓨터 계산으로 발견한 이 물질은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을 보여 탄소 배출 없는 미래 에너지 시대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중 하나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전 세계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홍수 등 이상기후 현상이 인류 생존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소는 태울 때 물만 나오는 청정에너지로 주목받고 있으며, 생산 과정에서도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그린 수소(green hydrogen)’는 각국이 기술 개발 경쟁을 벌이는 핵심 분야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열화학적 수소 생산’ 기술이다. 이는 특정 산화물 물질이 열을 받으면 산소를 내보내고(환원 반응), 식으면 물에서 산소를 빼앗아 되돌리는 과정(산화 반응)을 반복하며 수소를 만드는데, 쉽게 말해 열만 가해주면 자동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수소 제조기'인 셈이다.

    문제는 어떤 원소를 넣어야 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 또한 그 비율과 반응 온도는 얼마가 최적인지 찾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기존 방식으로는 조건 하나를 확인하는 데 일주일 이상 걸렸다.

    연구팀은 열역학 원리를 바탕으로 한 대용량 데이터베이스와 고속 계산 기술을 결합해 ‘고속 대량 스크리닝’ 방법을 개발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1천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조건을 단 24시간 만에 분석할 수 있다. 기존 방식보다 무려 7천배 이상 빨라진 것이다.

    이렇게 컴퓨터로 걸러낸 유망한 후보 물질들을 실제 실험실에서 직접 만들어 성능을 확인한 결과, 연구팀은 최종적으로 ‘(MgMnCo)0.65Fe0.35Oy’라는 복잡한 이름을 가진 새로운 물질을 발견했다.

    이 물질은 마그네슘, 망간, 코발트, 철 등 여러 금속이 절묘한 비율로 섞여 만들어진 복합 산화물이다. 이 물질은 열에너지 변환 효율과 원자당 수소 생산량 등 지표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보였다.

    이번 연구가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수소 생산을 넘어 다른 산업 분야에도 폭넓게 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뽑아내는 메탄 개질 공정, 폐배터리에서 귀중한 금속을 회수하는 배터리 재활용, 철강 제조 과정의 금속 산화·환원 공정 등에서도 온도와 가스 조건에 따라 최적의 물질을 신속하게 찾아낼 수 있다.

    POSTECH 진현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새로운 수소 생산 물질을 찾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기술 상용화에 한 걸음 다가섰다”고 밝혔다.

    서울대 정인호 교수는 “AI만으로는 설계가 어려운 복잡한 산화물 소재를 계산과학적 데이터베이스로 단기간에 찾아낸 좋은 사례”라며 “다학제 협업이 가져온 성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