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황진영 뉴데일리 대구경북취재본부 기자
    ▲ 황진영 뉴데일리 대구경북취재본부 기자
    인사가 만사(萬事)라 했다. 민선8기 출범부터 인사 체계 합리화를 목표로 승진 및 근무평정 투명화, 개인 희망을 고려한 공정인사위원회 운영 등으로 공직자 모두가 납득하고 일하는 행정문화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남한권 경북 울릉군수 체제서 단행된 인사를 두고 ‘인사가 망사(亡事)’라는 불만과 실망의 탄식이 곳곳에서 나오면서 그 입장이 궁색하게 됐다.

    남 군수는 여러 매체 인터뷰를 통해 공직 내부 혁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는 “합리적 사고와 일하는 문화개선, 관행타파, 부정부패 차단 등 올바르게 일하는 행정문화를 만들고 학연·지연·혈연과 청탁 등을 고려하지 않는 업무 성과와 조직 상하 간 소통과 화합을 우선으로 하는 인사시스템을 적용 하겠다”고 밝혔던 터라 그 후폭풍이 적지 않을 조짐을 띄고 있다.

    이처럼 남 군수의 당찬 인사 시스템 변화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터라 취임 후 첫 인사부터 기대를 모았지만, 인사 때마다 나오는 평가에는 대부분 호평보다는 혹평이 나오는 구조라는 평가가 따르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기존에 짜여진 근무평가와 전보인사의 직렬분배 등이 연공서열 또는 업무능력 순 등 명확한 기준도 없이 인사권자의 권한 밖에서 맞춰진 구색 맞추기라는 불만 섞인 탄식에 역시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이러한 인사 시스템으로 공직사회의 사기가 저하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인사위원회에서 이해를 할 수 없다며 ‘하반기 사무관 승진심사 보류’ 시키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맞았다. 물론 인사 때마다 각종 구설수가 끊이지 않기 마련이지만, 민선 8기 울릉군정은 그야말로 오락가락 갈지(之)자 인사 단행을 거듭하고 있다. 도덕성 흠결과 조직 내·외적으로 저평가 받는 인물이 승진 하거나, 퇴직을 앞둔 직원들을 승진시킨 뒤 공로연수에 들어가게 하는 등 직렬별 배치에서도 어긋나면서 인사전횡 논란마저 일고 있다.

    급하다 보면 와이셔츠 첫 단추를 잘못 꿸 수 있다. 그러나 잘못 된 순서대로 남은 단추를 다 꿰면 입은 사람도 보는 사람도 영 불편하다. 그 위에 무슨 옷을 걸쳐도 잘못 꿴 단추만 도드라진다. 바쁘다 보니 잘못 입었다는 말은 안 통한다. 변명할 시간에 다시 제대로 입으면 그만이다. 그러지 않고 이리 덮고 저리 가리기만 하면 꼴은 더 우스꽝스러워진다. 지금 울릉군정이 딱 그짝이다.

    인사는 공직사회의 단순한 자리 배치가 아니다. 군정 운영의 핵심이자 군민의 출발점이다. 인사가 흔들리면 조직이 흔들리고, 그 피해는 결국 군민에게 돌아간다. 실적과 역량이 아닌 특정인을 위한 명예성 인사, 측근 챙기기라는 구태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 또한 가볍지 않다.

    공직 인사는 특정 개인의 명예나 보상을 챙기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군민을 위한 행정 서비스 강화와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원칙과 기준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에서, 그간 남한권 군수가 ‘승진 후보자 순이나 업무역량에 따른 발탁인사’ 중 택일한 인사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인사권은 결코 군민 위에 군림할 수 없다. 재량권이라는 이름으로 인사의 원칙과 기준이 무너지는 순간, 인사권은 사적 도구로 전락할 뿐이다. 형법 제123조가 공무원의 직권남용을 엄격히 금지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제는 이런 구태를 끝내고 군정의 틀을 바로 잡을 때다. 어떤 기준을 세우느냐는 공직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인사의 옳고 그름을 바로잡는 일, 그것이야 말로 군민 신뢰를 지키는 첫걸음이다. 특정인을 위한 특혜가 아니라 군민과 조직을 위한 공정을 선택해야 한다. 법·제도적 기준에 따라 엄정한 원칙을 세우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회복하는 것만이 공직사회 신뢰를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