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밝힌 ‘보이지 않던 화학 반응 지도’… 차세대 반도체 신소재 개발 길 열린다 관련 연구 결과는 화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 중 하나인 ‘미국화학회지(JACS)'에 게재
  • ▲ (좌측부터) DGIST 강준구 교수, 이벽송 석박사통합과정생, 성균관대학교 정소희 교수, 최만민 석박사통합과정생.ⓒDGIST
    ▲ (좌측부터) DGIST 강준구 교수, 이벽송 석박사통합과정생, 성균관대학교 정소희 교수, 최만민 석박사통합과정생.ⓒDGIST
    DGIST(총장 이건우) 화학물리학과 강준구 교수팀이 성균관대학교 에너지과학과 정소희 교수팀과 공동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반도체나노결정(콜로이드 양자점) 소재의 합성 반응 경로를 시각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10일 DGIST에 따르면 이번 기술은 실험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웠던 복잡한 화학 반응 흐름을 AI가 스스로 분석해 ‘지하철 노선도’처럼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게 만든 혁신적인 성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센서 소재 개발 속도를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반도체나노결정소재(콜로이드 양자점)는 나노미터 크기의 반도체 입자로, 크기에 따라 흡수·발광 색과 세기가 정밀하게 조절되는 차세대 나노 소재다. 삼성디스플레이 등 글로벌 기업들이 차세대 퀀텀닷 발광 재료로 주목할 만큼 고색재현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이며, 적외선 카메라·센서 분야에서도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각 나노결정이 어떤 단계를 거쳐 생성되는지 규명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기존에는 제한된 실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구자가 일종의 ‘추리’에 가까운 방식으로 반응 경로를 추정해야 했고, 데이터 부족이나 복잡한 반응 특성 때문에 정확한 해석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신 자연어 처리 기술로 알려진 ‘트랜스포머(Transformer)’ 기반 AI와 ‘위상수학적 데이터 분석’ 기법을 결합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불완전한 데이터를 AI가 스스로 보완해 전체 반응 흐름을 정교하게 재구성할 수 있으며, 서로 다른 데이터 간의 구조적 연결 관계도 파악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복잡한 반응 과정을 하나의 ‘지도’처럼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다.


  • ▲ AI 기반 반응 경로 탐색 기법.ⓒDGIST
    ▲ AI 기반 반응 경로 탐색 기법.ⓒDGIST
    개발된 기술을 차세대 적외선용 반도체 소재인 InAs(인듐 비소) 나노결정 합성 연구에 적용한 결과, 기존에는 하나라고 여겨졌던 성장 경로가 실제로는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합성 과정에서 첨가되는 물질들이 일종의 ‘교통 신호등’ 역할을 해 반응 흐름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도 새롭게 밝혀냈다.

    강준구 교수는 “이번 연구는 AI가 사람이 관찰하기 어려운 화학 반응의 숨겨진 경로를 찾아내는 ‘보이지 않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 의미 있는 성과”라고 밝혔다. 정소희 교수는 “이 기술이 다양한 신소재 개발 현장에서 연구 효율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미래소재디스커버리 사업과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 국가전략기술소재개발(HUB)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화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 중 하나인 ‘미국화학회지(JACS,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