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윤 조직에 강력 접착 + 전기신호 안정 전달근육·신경 재생부터 이식형 의료기기까지...차세대 바이오일렉트로닉스 돌파구
  • ▲ 연구 관련 그림.ⓒ포스텍
    ▲ 연구 관련 그림.ⓒ포스텍
    POSTECH(포항공과대학교)과 국립부경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홍합이 바닷속 바위에 강하게 달라붙는 원리를 모사해, 습윤 환경에서도 강력한 접착력과 전도성을 동시에 구현한 신개념 소재를 선보였다.

    몸속은 혈액과 체액으로 가득한 ‘수중 환경’과 같다. 이런 조건에서는 접착제가 쉽게 떨어지고, 전기가 잘 통하지 않아 손상된 근육·신경 연결이나 심박 측정기·뇌 자극 장치 같은 이식형 의료기기 부착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물과 섞이지 않는 ‘불섞임성(immiscible)’ 특성과 전도성을 동시에 갖춘 액상 단백질 기반 생체접착제를 개발했다. 

    여기에 전기 자극을 가하면 단백질이 빠르게 가교(crosslinking)되도록 설계했다. 전기 자극 후 수 초 내 젤(gel) 상태로 굳어 원하는 위치에 정밀 고정이 가능하다.

    성과는 동물실험에서 뚜렷하게 확인됐다. 절단된 근육 조직에 접착제를 적용한 ‘조직-조직’ 인터페이스 실험에서, 단절됐던 신경과 근육 간 전기신호가 복원됐다. 봉합 없이도 근육 재생이 촉진됐고, 운동 기능 역시 빠르게 회복됐다.

    ‘조직-전자소자’ 인터페이스에서도 효과가 입증됐다. 이 접착제를 활용하면 봉합사나 독성 우려가 있는 화학 접착제 없이도 의료용 전자소자를 장기 표면에 견고하게 부착할 수 있다. 조직과 전자소자 사이 전기 저항이 낮아져 장기간 안정적인 생체 신호 모니터링이 가능해졌다.

    POSTECH 차형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히 ‘잘 붙는’ 접착제를 넘어, 체내 환경에서도 생체 신호를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새로운 생체소재 기술을 제시한 것”이라며 “신경 재생 치료는 물론 차세대 이식형 바이오일렉트로닉스 분야에서 재활의학·헬스케어 혁신을 이끌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Biomaterials 온라인판에 게재됐으며, 한국연구재단 글로벌연구네트워크확산사업·중견연구자지원사업·신진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홍합의 접착력에서 출발한 아이디어가 인체 재생과 디지털 헬스케어의 경계를 잇는 기술로 진화했다. ‘붙이고, 전달하고, 재생하는’ 전도성 생체접착제가 의료 현장의 패러다임을 바꿀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