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 한 겹 차이’ 리튬전지 폭발 위험 ↓, 수명 두 배 ↑POSTECH·경상대·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분자 조절 멤브레인으로 양극·음극 동시 안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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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구 관련 그림.ⓒ포스텍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과 박수진 교수, 한동엽 박사, 경상국립대 이태경 교수, 이지윤 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송규진 박사로 이뤄진 공동연구팀은 ‘분자조절 멤브레인(molecularly engineered membrane)’ 기술을 개발해 에너지 소재 분야 국제 학술지인 ‘에너지 앤 인바이런먼털 사이언스(Energy & Environmental Science)’에 최근 발표했다.리튬이온전지는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에 널리 쓰인다. 하지만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같은 크기에서 약 1.5배 더 많은 에너지를 담을 수 있는 리튬금속전지가 차세대 전지로 주목받고 있다.전기차로 치면 한 번 충전해 400km를 달리던 것을 650~700km까지 늘릴 수 있게 된 셈이다.문제는 안전이다. 리튬금속전지를 충·방전할 때, 리튬이 전극 표면에 고르게 쌓이지 않고 나뭇가지처럼 삐죽삐죽 자란다.이를 ‘덴드라이트(dendrite)’라 부른다. 동굴에서 종유석이 자라듯, 자란 이 가시가 전극 사이 분리막을 뚫고 반대편까지 닿으면, 배터리 안에서 합선이 일어나고 폭발이나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연구팀은 양극과 음극 사이에 끼워진 분리막에 분자 수준 기능을 넣었다. 단순한 분리막 표면에 플루오린(-F)과 산소(-O) 기반 극성 작용기를 화학적으로 붙여, 전극 경계면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그 결과, 리튬 금속이 쌓이는 음극에서는 리튬 플루오라이드(LiF) 보호층이 고르게 만들어져 덴드라이트 생성을 막았다.양극에서는 해로운 불화수소(HF) 생성을 차단해 전극이 무너지는 것을 막았다. 한 장의 얇은 분리막이 양극과 음극을 동시에 안정화하는 '이중 보호막' 역할을 한 것이다.실제 전기차 구동 환경에 가까운 조건에서 실험한 결과, 높은 온도(55°C)와 적은 전해액, 얇은 리튬 음극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에서도 208회 충·방전 후 처음 용량의 80%를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작동했다.파우치형 전지로 만든 셀은 무게당 385.1Wh/kg, 부피당 1135.6Wh/L의 높은 에너지 밀도를 기록했다. 지금 쓰이는 리튬이온전지(250Wh/kg, 650Wh/L)보다 각각 약 1.5배와 1.7배 높은 수치다.POSTECH 박수진 교수는 “이번 연구는 분자 한 겹 설계만으로 리튬금속전지 양극과 음극을 동시에 안정화한 혁신적 사례”라며 “수명과 안정성, 에너지 밀도를 모두 높이면서 지금 있는 리튬이온전지 공정에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 성과”라고 밝혔다.경상국립대 이태경 교수는 “밀도 범함수 이론 계산과 분자 동역학 시뮬레이션으로 분리막 안 작용기의 전자구조와 경계면 반응을 원자 수준에서 밝혔다”며 “이론적으로도 분자조절 멤브레인 안정화 효과를 입증했다”고 설명했다.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송규진 박사는 “이번 기술은 에너지 저장장치 등 대형 전력망에도 쓸 수 있는 높은 내구성과 안전성을 갖춘 실용 기술”이라며 “친환경 고에너지 전지 상용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사업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