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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이 창당 뒤 처음으로 후보자를 공천해서 치른 4·12 재·보궐선거에서 완패했다.
4·12 재보선 중 유일한 국회의원 선거였던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재선거에서 바른정당 김진욱 후보는 12일 자정을 넘겨 개표가 완료된 시점에서, 득표율 5.2%(5061표)를 얻는 데 그쳤다.
자유한국당 김재원(47.5%), 무소속 성윤환(28.7%), 더불어민주당 김영태(17.6%) 후보에 뒤이은 4위다. 기탁금과 법정선거운동비용을 전액 혹은 반액 보전받을 수 있는 10~15% 득표율에 미달하는 저조한 성과에 그쳤다.
바른정당은 경기 포천시장과 하남시장, 대구시의원 선거에서도 패했지만, 정치적 의미가 크지 않은 기초단체장·광역의원 선거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국회의원 선거에서 10%에 못 미치는 득표율을 얻은 것은 충격이라는 지적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이 선거구를 세 차례나 찾아 지원유세를 펼쳤다. 지난 2일 장날을 맞이한 상주와 의성에서 당 지도부가 총출동한 가운데 집중유세를 펼친데 이어, 8일에는 전략지역인 군위·의성·청송을 훑었다. 공식선거운동기간 마지막날인 11일에도 상주를 다시 한 번 찾아 서문사거리에서 지원유세를 했다.
단순히 유세차량에 올라 연설만 한 게 아니라, 지역을 찾을 때마다 전통시장과 상점가를 일일이 돌며 김진욱 후보 지지를 당부했다.
하지만 이날 투표함을 열어본 결과, 바른정당 김진욱 후보는 5.2%를 득표하는데 그쳤다. 경북 영주를 친가로, 경북 안동을 외가로 하고, 대구에서 내리 국회의원 4선을 한 정통 대구·경북 정치인으로서 유승민 후보의 입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승민 후보는 지난달 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바른정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대구 여론조사는 신빙성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대구에는 괴롭게 입다물고 사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괴롭게 입다물고 사는 분'들의 존재가 이번 투표에서 수면 위로 드러났어야 했는데,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대구·경북 권역에 '숨은 지지층'이 있다고 공언해온 유승민 후보의 말이 일단 무색해지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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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후보는 이날 국회 개헌특위의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조차 불참하며 경북 영천과 안동, 신도청 일대를 순방하는 등 정치적 연고인 대구·경북에 승부수를 띄우고 있는 상황인데, 이번 재선거의 결과는 뼈아프다는 분석이 나온다.
출신 권역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동료 의원들도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이날 4·12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바른정당 공천 후보가 결국 10% 미만의 득표율로 선거 캠페인을 끝맺음에 따라, 기탁금과 법정선거비용을 전혀 보전받지 못하게 된 것도 정치적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뛰는 주요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비용만 500억 원에 육박하는 게 상례이고, 아무리 아껴쓴다고 해도 공식적으로만 100억 원 가까이 쓰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그런데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 나타나는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은 법정선거운동비용 보전 기준에 크게 미달한다. 4·12 국회의원 재선거가 결국 10% 미만 득표율로 끝난 상황에서, 대선을 과연 완주해야 하는지, 그렇게 해서 남는 것은 무엇일지 의구심을 갖는 동료 의원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른바 '자강론 대 연대론'으로 표현되는 당내 갈등에서 자강론이 힘을 잃으면서, 연대론이 다시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지만 연대론이라고 해도, 이를 주장하는 의원들 사이에서는 다시 방향과 대상을 놓고 이견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른바 '보수후보 단일화' 차원에서 자유한국당과 연대하자고 주장하는 의원들과, 반문(반문재인) 연대 차원에서 국민의당과 연대하자고 주장하는 의원들로 세력이 갈려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연대론의 시선이 전혀 다른 두 방향으로 갈라져 있는데, 여기에 여전히 자강론을 주장하는 친유승민계 의원들까지 가세하면 논의를 아무리 해본들 의견을 모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바른정당이 내홍에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