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 없이 중적외선으로 심장조직을 읽다
  • ▲ 연구 관련 그림.ⓒ포스텍
    ▲ 연구 관련 그림.ⓒ포스텍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연구진이 조직을 절단하거나 염색하지 않아도 심장과 힘줄 같은 조직 건강 상태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단백질 섬유의 배열 방향과 밀집 정도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어, 인공 장기 품질 검사나 질병 진단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융합대학원 김철홍 교수, 기계공학과·생명과학과·IT융합공학과·융합대학원 장진아 교수, IT융합공학과 박사과정 박은우 씨, 바이오프린팅 인공장기 응용기술센터 황동규 박사 연구팀이 수행했다.

    연구 논문은 현지 기준으로 지난 4일 광학 분야 학술지인 ‘Light: Science & Applications’에 게재됐다.

    심장 근육이나 힘줄 같은 조직들은 단백질 섬유가 일정한 방향으로 정렬되어야 제대로 작동한다. 마치 밧줄의 실이 한 방향으로 꼬여 있어야 단단한 것과 같다. 

    하지만, 심근경색이나 섬유화, 암 같은 질병이 생기면 이 배열이 흐트러져 조직이 제 기능을 잃는다. 이런 변화를 확인하려면 조직을 떼어내 염색하고 현미경으로 관찰해야 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결과도 연구자마다 달랐다.

    POSTECH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적외선 이색성 민감 광음향 현미경(MIR-DS-PAM1))’을 개발했다. 이름은 복잡하지만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조직에 중적외선 빛을 비추면 단백질이 이를 흡수하며 미세하게 팽창하고, 이때 발생한 초음파를 감지해 단백질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 빛의 ‘편광(진동방향)’을 조절하는 방법도 사용했다. 

    단백질 섬유가 일정한 방향으로 배열되면 해당 방향의 편광을 더 많이 흡수하는데, 그 차이를 분석하면 단백질 섬유가 얼마나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는지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3D 바이오프린팅으로 만든 인공 심장에 이 기술을 적용해, 조직이 성숙할수록 단백질이 쌓이고 섬유 배열이 정돈되는 과정을 염색 없이 관찰했다. 

    또 섬유화가 진행된 조직에서는 정상 조직과 달리 구조적 붕괴에 따른 배열의 불균일성을 정량적으로 구분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형광 현미경 기술보다 훨씬 더 간단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기술은 인공 장기 품질 검사나 심근경색, 암 등 질병의 진행 상태를 조기에 파악하는 진단 도구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복잡한 염색 과정이 필요하지 않아 연구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 더 정확하고 일관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김철홍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재생의학과 병리 진단 분야에 새로운 방법을 제시할 것”이라며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장진아 교수는 “심장뿐 아니라 힘줄, 각막 등 다양한 조직의 변화를 평가할 수 있어 인공 장기 개발과 질병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 BK21 FOUR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