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CH·스톡홀름대 공동 연구팀, 영하 45도 물의 ‘끈적임 변화’ 첫 실험 관측
  • ▲ 연구 관련 그림.ⓒ포스텍
    ▲ 연구 관련 그림.ⓒ포스텍
    POSTECH 화학과 김경환 교수, 통합과정 신명식 씨 연구팀은 스웨덴 스톡홀름대 물리학과 앤더스 닐슨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영하 45도에서 얼지 않은 물에서 온도에 따른 끈적임의 경향성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최초로 관측했다. 

    이번 성과는 물리학 분야 저명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물은 일상생활은 물론 생명과 환경, 산업 전반에 깊이 관여하는 핵심 물질이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물이 왜 여러 특이한 성질을 보이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물의 ‘끈적임’, 즉 점도 역시 대표적인 미해결 문제 중 하나였다.

    일반적으로 액체는 온도가 낮아질수록 더 끈적해진다. 꿀이 차가워질수록 잘 흐르지 않는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그렇다면 물이 영하 45도까지 얼지 않은 채로 냉각되면 얼마나 더 끈적이게 될까. 과학자들의 초기 연구에서는 물은 영하 45도에서 무한히 끈적이게 되어 그 움직임이 완전히 멈출 것이라고 예측됐다. 

    하지만, 이는 물의 다른 중요한 성질들과는 맞지 않는 결과였으며, 때문에 약 30년 전부터 물의 끈적임이 특정 온도에서 변할 것이란 가설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를 검증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물은 영하 수십 도에 이르면 순식간에 얼어붙어, 얼기 직전 움직임을 관찰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진공 환경에서 물이 빠르게 증발하며 급격히 열을 빼앗는 현상을 이용해,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존재하는 ‘얼지 않은 영하 45도의 물’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태양보다 수십억 배 밝은 빛을 내며 분자 움직임을 10조 분의 1초 단위로 포착할 수 있는 X선 자유 전자 레이저를 활용해, 극저온 상태의 물 분자들의 움직임을 직접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물은 영하 40도 부근에서 끈적임 방식이 달라졌다. 물이 영하 45도에서 무한히 끈적해지며 멈추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움직임을 유지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는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전이점’이 실험 데이터로 입증된 성과이다.

    이번 연구는 물이 왜 비정상적인 성질을 보이는지에 대한 이해를 한 단계 끌어 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극저온 냉각 기술, 항공우주·극지 연구, 생체 조직 보존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경환 교수는 “지금껏 실험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영역에서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번 연구가 남아있는 물에 관한 여러 중요한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우수신진연구사업과 선도연구센터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