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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열린 대구시 국정감사가 여야 의원들 간 ‘수구 보수도시’ 발언을 두고 고성이 오가면서 지역 현안 점검 등 국감 본래 의도와 달리 논점이 흐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7년 이후 2년 만에 열린 대구시 국정감사가 10일 오전 진행된 가운데 대구시 주요 현안 질의와 관련해 날선 지적이 예고됐으나 의원들의 현안 파악 부족과 ‘수구 보수도시’ 언급 등으로 고성이 오가는 등 날카로운 지적은 나오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대구 엑스코 대표이사 선정과정 자료요청은 국감이 끝날 때까지 제출·공개되지 않았다.
이날 국감에서는 대구공항·취수원 이전, 신청사건립 추진 등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고 낮은 재정자립도 강화와 엑스코·대구경북디자인센터 인사 관련 내부감사 등 대부분 검토 요청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그나마 대구시 인사와 관련해 권미혁 의원(민주당·비례)과 홍익표 의원(민주당·서울중구성동갑)이 엑스코 신임 대표이사 내정 의혹과 대구경북디자인센터 채용비리 의혹 등을 지적했으나 대구시는 자료 미제출뿐만 아니라 수사결과에 따른 대처 등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대구경북디자인센터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됐고 대구시가 자체 감사 이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홍 의원에 따르면 분야별 필기시험 및 면접에서 면접 점수 최고점을 주는 등 ‘대구경북디자인센터 원장 찬스’ 의혹이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또 지난 2017년 감사에서 경양 분야 등에서 문제점이 다수 지적됐지만 출자기관 감독기관으로서 내부감사에 이어 원장 사퇴 등의 적극적인 대처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김승찬 원장은 현재까지 기관장직을 수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권영진 시장은 “내부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 수사 의뢰했고 결과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며 “종합적인 검토와 감사를 통해 다시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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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국감장에서는 김영호 의원(민주당·서울 서대문구)과 조원진 의원(우리공화당·대구달서병)의 ‘수구 보수도시’ 언급으로 서로 고성이 오가는 등 진풍경이 연출됐다.
김 의원은 “권영진 대구시장은 광주시와 달빛동맹 성과, 5.18망언 사과 등 대구를 ‘수구 보수도시’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시켰다”면서 “개혁·혁신과 같은 단어가 대구를 성장시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권영진 시장은 “수구 보수라는 표현을 대구 시민들이 억울해한다”고 답한 데 이어 조원진 의원(우리공화당·대구달서병)이 “대구 시민에 대한 예를 갖추라. 대구시에 대한 국정감사지 대구시민에 대한 국정감사가 아니다. 대구 시민을 수구 꼴통으로 언급하지 않았나. 광주가서 똑같이 자존심 건들면 좋겠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에 김 의원이 “수구 꼴통이라고 말한 적 없다. 무슨 시민들 관련한 언급을 했다고 하나. 속기록 꼭 찾아보라”고 맞받아쳤다.
지역 의원인 윤재옥 의원(한국당·대구달서을)도 “대구 시민의 자존심을 존중해 달라”며 이에 가세해 분위기가 한 순간 냉랭해졌다.
조원진 의원이 “나라 다 망친 것들이 여기 와서 뭉개고 있냐”고 막말을 이어가자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조원진 의원처럼 정치하면 안된다”며 한동안 고성이 이어졌다.
전혜숙 위원장(민주당·서울광진갑)이 급히 중재에 나서며 “김 의원도 그럴 의도(대구 시민을 폄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20대 마지막 국회에서 보기 좋지 않다.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오후 다시 시작된 국감에서는 앞서 이 같은 논란과 관련해 김영호 의원은 “속기록 어디에도 대구시민을 겨냥하거나 자존심을 상하게 한 부분을 찾지 못했다. 질의 내용 중 권 시장에게 대한민국 국민이 바라보는 대구, 보수 도시 탈피 노력이 엿보인다며 찬사를 보냈다. 보수 정서를 이용하는 일부 정치인들이 자제해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조 의원이 말하는 수구 꼴통 언급은 없었다”고 항변했다.
이에 윤재옥 의원은 “김 의원의 수구 보수 이미지 탈피 노력에 대한 국감장에서 언급 자체가 지역 시민들에게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조원진 의원도 “김 의원이 부정적인 도시이미지 탈피라던가, 수구 보수 등으로 언급했다. 국감 지역에 오면 예를 갖추라”면서 끝까지 날을 세웠다.
이 같은 의원들의 막말 공방에 지역 현안 등의 논점이 흐려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권미혁 의원이 대구 엑스코 대표이사 선임 관련 자료 제출을 사전 요청했으나 이날 국정감사가 끝날 때까지 제출·공개되지 않았다.